얼마 전 우리 아이들 크리스마스 콘서트때 원장님께서 2010년은 '다사다난'한 해였던 것 같다고 하시더라.
확실히 올해는 나에게 새로운, 험난한 해였다.
1월 1일이 되는 순간 하버브리지 밑에서 빌던 소원, 한국에 돌아 올 준비를 하던 시간, 공항에서 쏟던 눈물,
불안하던 진로, 쌓여있던 불만, 믿을 수 없던 이별, 가정의 불화,
어려운 직장생활, 학업의 병행으로 지쳐가는 몸, 누적되는 스트레스, 맞지 않는 직장동료,
끊임없는 헤어짐, 지워지지 않는 기억.
뒤돌아보면 내 생에 가장 열심히 살았고, 가장 많이 울었던 한해였다.
서태지는 자신이 걷는 길이 아무도 간적 없는 가시밭길이라도 그 길을 가겠다고 하고,
하일권은 아스팔트 길을 뛰는 아이의 불행함을 이야기 하는데,
내가 걷는 이 길은 바싹 마른 건조한 사막같은 길이다.
숨쉬는 것도 버거워서 쉬고 싶어도 눈물마저 말려버리는 햇볕을 피하기 위해 그늘을 찾아 쉴새 없이 걸었다.
여러번 갈림길에 서야했고, 매번 선택을 해야했고, 많은 포기도 해야했지만 뒤돌아보지 않는 척 살려 애썼다.
열심히 결승선을 향해 달리면 된다고, 좀더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내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거라고
자존감이 떨어지고 마음이 걸레가 되고, 몸이 아프고, 사랑이 가슴을 찢어놓아도
모르는 척 더 어른이 되어 보자고 참으며 하루하루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.
상처가 경험이 되고 아픔이 경력이 되며 고단함이 자격증이 되어 내 손안에 되돌아왔을때 마냥 좋을줄 알았는데.
희열과 성취감도 잠시 더 큰 벽을 넘어야 한다는 불안함과 두려움,
Next step을 향한 욕심과 지친 마음이 또 나를 붙잡더라.
그래도 이 모든 것을 잊고 하루를 살게 해 준 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었다.
아이들이라면 치를 떨던 내가, 내 12명 애들을 못 본다는 이유로 주말이, 휴가가 아쉬워지다니,
세상 오래살고 볼일이지.
얘들아, 나는 절대 너희를 단 한명도 단 한순간도 잊을 수 없을꺼야.
아무리 생각해보아도, 내 2010년은 너희들 덕분에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.
고마워, 마음을 열어줘서. 있는 그대로 사랑해줘서.
남은 2달, 2011년에도 잘 부탁해.
선생님은 정말 너희를 사랑한단다.